‘통제하고, 봉쇄하고, 막고, 출입금지하고’
정부 주최로 제31회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백범기념관 앞에서 벌어졌던 풍경이다.
이날 장애인의 날 행사에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장애인과 장애인부모 등 장애관련 단체들은 행사장 출입부터 완전 봉쇄됐다.
행사장인 백범기념관으로 들어서는 골목에서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경찰들에 에워싸여 이동조차 못하게 막았다.
백범기념관 정문은 꽁꽁 잠긴 채 경찰들이 안팎에서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파악한 뒤 선별적으로 출입을 시켰다.
신분이 확인된 기자도 정문이 아닌 정문 옆 철조망 울타리를 통해 출입을 해야만 했을 정도로 행사장은 원천봉쇄 됐다.
다행히 행사장에 일찍 들어온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정문은 통과했으나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출입문 또한 경찰들이 이중삼중으로 막아서며 출입을 통제했다.
특히 경찰들은 행사 취재를 온 기자들조차 출입을 통제시켜 원성을 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최 측인 한국장애인개발원에 항의하자 어쩔 수 없다는 반응만 보였다.
장애인개발원 한 관계자는 “행사장 밖에서 장애인들의 시위 때문에 통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지만 우리도 해결할 방도가 없다.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날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제31회 장애인의 날 행사는 ‘편견은 차별을 낳습니다. 배려는 평등을 낳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초청된 장애인과 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황식 국무총리,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애인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서는 장애인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해 헌신한 장애인복지 유공자에 대한 훈·포장 등과 함께 ‘올해의 장애인상’ 시상도 이루어졌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인기 연예인이 다수 초청됐다.
‘제31회 장애인의 날 및 장애인식 개선’ 홍보대사로 연기자 박진희 씨를 위촉하고, 홍보대사와 영화 ‘글러브’의 모델인 청각장애인 야구단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원 홍준석 학생이 함께 장애인인권헌장을 낭독했다.
또한 지난해 ‘슈퍼스타 K’에서 대상을 수상, 가수로 데뷔한 허각 씨와 한빛예술단 단원이며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 씨가 축가를 불렀다.
식후 축하 공연으로 강원래의 ‘쿵따리 유랑단’이 장애인 문화예술 공연도 펼쳐졌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장애인복지법, 편의증진법, 차별금지법 등이 제정되고 장애인 예산도 스물 일곱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 차별금지법 이행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장애인 인권예방센터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을 철저히 지켜나갈 계획”이며 “우리 모두가 장애인과 장애인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장애인이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그 가족이 행복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과연 이번 장애인의 날 행사는 슬로건처럼 ‘배려’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해 볼 일이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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